"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결정은 대체로 의식적 판단과 합리성보다는,
본능과 그 밖의 비밀에 가득 찬 무의식적 요소들에 의해 훨씬 빈번히 이뤄진다.
어떤 사람에게 맞는 신발이 다른 사람에게는 꼭 끼듯이 인생에는 보편적인 처방이란 없다." -칼 구스타프 융
책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첫 페이지의 이 인용구가 모든걸 말해줬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그동안 내가 다녔던 점집을 떠올린다. 커피 한잔 값으로 미래를 점쳐주는 타로점부터 작심하고 큰 돈 써야 말해준다는 사주아저씨까지. 대학교 3학년인가..그때부터 다니기 시작했다고 보면, 점집 답사의 역사는 벌써 5년이 넘었다.
물론 처음부터 점에 관심을 가진건 아니었다. 모태 신앙인으로 미신을 믿지 말아야한다라는 강박도 그렇지만 그보다 나름의 합리적 생각 때문이었다.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고, 행동이 있으니 변화가 있다 믿어왔던 굳은 신념이 머리 한켠에 자리했었다. 이걸 깨뜨린건-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이성문제였다. 답을 듣고 문제가 해결된건 아니지만, 무언가 다가올 미래에 대해 말해준다는 점의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궁금증은 점점 커져서 미래를 결정짓는 진로까지 복채에 맡기고만 싶어졌다.
나) 올해 취업은 될까요?
점술가) 응, 중소기업 하나, 대기업 하나가 있네. 대기업 되겠구만.
그때가 분수령이었다. 당시 대기업 면접(현 회사)과 중소기업(모 연예매체) 최종면접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내게 이 대답은 그야말로 믿을 수 밖에 없는 계시와도 같았다. 점본 이후, 정말로 중소기업에 떨어졌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 들어갔다. 얄궂은 운명 때문인지 모든 사주아저씨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 이후엔 전지전능하신 예언가들이 하사하는 말씀을 놓칠세라 열심히 필기까지 했더랬다.
그래서 해답을 얻었는가 라고 질문하면 당연히 아니다. 그 이후에 미친듯이 정확한 미래를 예측당한 경험은 없다. 그랬다면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나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들을 땐, '아~ 그렇구나''오! 맞아맞아' 했던 말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저자가 점집을 순례하며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 점은 과학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아니고 초과학적 힘으로 미래를 정확히 맞추지도 못한다. 하지만 점 따위에 의존하는 태도를 책망하라고 쓴 책은 더더욱 아니다. 우린 그저 내일이 궁금할 뿐이다. 살면서 한번이라도 인터넷이나 신문에 나오는 별자리, 띠 운세라도 보지 않았다고 자신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옛날보다 과학이 발전해서 다가올 날씨도 척척 맞추고 30년 뒤의 미래상을 예측할 수 있다 하더라도 광의적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존재한다. 결국 가장 오래되고 미심쩍은 방법으로 미래를 가늠하는 것으로 갈증을 달랠 수 밖에.
덧붙이자면 험난하고 피곤한 세상살이에 잠시라도 자유의지를 내려놓고 편하게 정해진 결과를 듣고 싶었다고 소심하게 고백해본다.



덧글
jeon soyoung 2014/06/13 14:40 # 답글
Jamie 2014/06/13 19:53 #